LANDSCAPES : OmyoCho, Nosik Lim, Youngho Jeong

13 July - 25 August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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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풍경들: 풍경으로서의 풍경들

예술은 필연 시대적이다. 그러므로 예술을 실천한다는 것은 자명히 창작과 관람 그리고 이 둘을 잇는 매개의 주체가 따로 또 같이 특정한 시대를 관통하는 미적 당대성을 공유하고 있음을 전제한다. 따라서 동시대의 예술, 예술의 동시대성을 가늠하는 일은 어떤 방식으로든 예술을 향유함에 있어 이상의 명제를 반드시 우선해야 할 조건의 하나로 간주할 수밖에는 없다. 그리하여 예술은 예술을 예술로서 현현토록 하는 각 주체들의 상이한 이해관계와 함께, 때로는 이를 초월하는 거대 구조의 당대적 경향성으로 제 형상을 구축한다. 예술을 동시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술의 형성에 관여하는 그와 같은 역학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단연 중요하다. 예술의 창작 주체인 작가는 작가 특유의 감각을 작품이라 명명하는 시청각적 경험으로 치환함으로써, 스스로의 그 미적 행위를 예술의 범주 바로 그것으로 일어서게 한다. 작품을 창작한다는 것이 바로 그렇다면, 작가를 혹은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한다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미적 행위다. 흥미로운 건 그 전문성의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관람의 행위는 종국에 작품 창작의 차원과 상호 공명한다는 사실이다. 이때 전시와 비평은 각 주체들을 매개하는 역할 수행을 도맡는다. 말인즉슨, 작가의 작업으로 탄생하는 작품, 작품을 아우르는 전시, 그리고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의 감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일정 시대를 풍미하는 예술이라는 한 폭의 동시대 풍경은 그려진다는 거다.

작가의 작업이라 하면, 이는 당대 예술을 그 일편으로 구성하거나 또는 당대 예술을 선도해 그를 형성하는 미적 원동력이자 일종의 지표로 작동하기 마련이다. 그 수를 헤아리기도 어려운 당대 예술을 성립하는 수많은 작업들 중에 전자의 경우가 대부분을 이루고, 반면 후자의 경우는 그 역할의 무게만큼이나 목도하기에 드문 것이 보통이다. 전시 《풍경들》은 당대 예술의 몇 가지 갈래들 가운데 각각의 매체를 개개의 방식으로 동원하는 작업 특유의 방법론에 주목하면서도, 후자의 경우와 같이 그 결과가 곧 당대의 예술을 대표적으로 표상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내재하는 작업을 포착한다. 이로부터 본 기획이 초대하는 오묘초, 임노식, 정영호의 작업은 그처럼 조각, 회화, 사진이라는 전통적이고도 일반적인 기존의 예술 매체로 자신을 규명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의 가치를 작가 개인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복잡고도 다단한 당대적 환경으로부터 다시금 발견하려 한다는 점에서, 예술이 오롯이 그리는 동시대의 풍경을 총체적으로 조망케 한다. 오묘초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제를 문학적 상상의 장대로 넘나들며 우리의 삶을 형태와 물질에 기대어 서사화하고, 임노식은 다소 제한되고 함축적인 평면의 지대 위에서 개인의 삶에 대한 자기 성찰의 태도, 나아가 매체를 향한 근본적인 고민의 흔적을 교차-재현하는 한편, 정영호는 사회라는 일종의 인식 패러다임을 광학 장치로서의 사진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배율로 해제함으로써, 당대라는 특정한 시공의 실체가 어떠한 전모를 갖추고 있는지를 비로소 자연스레 마주하게 한다.

《풍경들》은 오묘초, 임노식, 정영호가 그리는 각자의 풍경이 각자 서로 다른 의미를 내는 복수의 풍경들로 존립함을 상기하면서도, 동시에 당대라는 예술의 풍경을 통찰하는 하나의 경로이자 단일의 풍경 그 자체로 바라볼 것을 이들의 작업으로부터 제안한다. 풍경과 풍경은 풍경들이 되고, 풍경들은 새로운 풍경이 된다. 그리고 이렇듯 오늘날의 시대성을 지지체로 동시대를 읽어내려는 시도는 어쩌면 그 무엇보다도 역사적인 접근에 기반한 미적 비평의 일례가 될 수도 있을 테다.

Curated by 장진택 Jintaeg 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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