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 Life goes on - Energy: FABRICE HYBER

12 December 2024 - 8 February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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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예술 작품은 예술가가 구축하는 하나의 세계를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담아 묘사하는 오브제다. 내 작품들은 '학문적, 미적, 철학적 요인들로 생명체 이해하기'라는 사적인 관심에 관한 이야기다. 생명체가 무엇인지를 형상화하거나 제시하는 작품, 오브제, 그림에 모두가 관심을 갖고 이를 마음에 두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이번 한국 전시의 존재 이유다. 우손갤러리 서울 전시에서는 생의 순간과 생의 촉매가 되는 작품을 선보인다. 대구 전시에 소개하는 그림들은 자연과 도시가 확장되는 순간들을 보여준다." - 파브리스 이베르

 

파브리스 이베르의 회화, 드로잉, 조각, 오브제, 비디오 작품을 총망라한 전시 《Life goes on》은 우손갤러리 서울과 우손갤러리 대구에서 'Energy', 'Imaginary' 두 가지 테마로 파브리스 이베르의 서로 다른 연구 영역들이 표출되며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굳건한 관점들이 분명히 드러난다. 오늘날 세계가 전쟁, 환경과 기후 위기, 경제 위기, 팬데믹, 이주민 문제 같은 위태로운 상황들로 어지러운 가운데 파브리스 이베르는 이 같은 혼돈을 타개하기 위해 발명을 통한 긍정적 해법을 제시하기로 한다. 그의 예술은 세상을 향한 끊임없는 관심으로 작동하며 이를 위해 예술과 인류학, 과학을 결합한다. 그 주요 원천은 사회와 자연을 모든 차원에서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그것과 대화하는 것이다. 그의 그림과 오브제는 세상의 풍부함을 받아들이는 예민한 인식의 발달 과정을 형성한다.

파브리스 이베르는 "각각의 작품은 세상의 변화 가능성에 반응하고 그것을 도모하게 하는 하나의 호소, 불씨, 촉매제"라고 말한다. '경이로운 것들’을 모색하면서 그는 '조화로움'뿐 아니라 자신이 보기에 똑같이 생산적이라 생각되는 '오류'까지도 사용하는 혁신적 면모를 보인다. 서울 전시관에 선보이는 그의 작품들은 엔트로피 상황에 대해 생각하고 그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가설과 같다. 파브리스 이베르는 각종 방법을 동원하는 다학제 예술(multidisciplinary art)의 힘을 빌려 사유한다. 에너지와 상상은 인물과 공간, 꿈을 생산해 대구 전시관에 펼쳐 놓는다. "나는 이 꿈과 유토피아, 예술, 그리고 예술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모든 삶을 가지고 창조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인공 건축물, 자연은 그의 몽상(phantasmagoria)의 대상이다. 그 몽상은 대형 회화뿐 아니라 작은 캔버스로도 나타나며 이때 화폭은 '도구'로써 세계 간 결합, 변환을 가능케 한다. 가령 숲과 강을 짝지어 이로운 역학 관계를 찾는 식이다.
이 두 전시를 통해 작가는 우리를 직관과 발명의 길로 이끌린 수많은 존재들처럼 예술이 제시하는 수많은 생을 실험해 보도록 이끈다. 여기에 전시되는 있음직하지 않은 가공의 몽환적이거나 유머러스한 오브제들은 우리에게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식물과 인간, 무기물로 구성된 풍경들은 보는 이의 영감을 자극하는 '기묘한 발상들'을 담은 키메라(chimera)처럼 보인다.

파브리스 이베르의 창작은 숨막히게 되풀이되는 관습에 반하는 재생, 풍요, 확장을 골자로 하는 생기론적인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모두에게 유익하다고 여긴다. 그의 작품들은 우리에게 자기 안으로 숨어들지 말기를, 단단한 껍질 속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기를 조언한다. 이 작품들의 본질은 그물망과 모세 혈관으로 이루어진다. 작가의 오브제, P.O.F.(Prototypes d'Objets en Fonctionnement: 기능적 오브제 시제품), 행위, 그림은 '우리 안에' 있는 것과 '우리 밖에' 있는 것 사이의 작용이다. 핵심은 그것들 간의 순환이다. 그 둘 사이의 교류는 그의 창작의 한 부분을 구성하는 실제와 가상의 파종을 만들어낸다.

 

프랑스 방데(Vendée) 지역에 있는 작가의 집을 방문해 봐야 한다. 그가 뿌려 두었던 씨앗들은 이제 단순한 숲 이상을 이루었다. 그 씨앗들은 관찰과 응시의 경험, 특히 기발하고 비옥한 정신적 여정에 대한 경험을 연출해냈다. 또 작가는 작은 인간도 만들어냈다. <베신느에서 온 남자(L’homme de Bessines)>라는 제목의 작은 녹색의 전형적인 남성상으로, 전 세계로 퍼져 나가 전시 중이다. 물로 생명을 얻은 이 '인물 분수'는 사방으로 물을 뿌려 땅을 적신다. 이번 두 전시의 주제인 에너지와 상상성을 모두 지닌 이 조각상은 영원한 탄생을 추구한다. "어찌 시작을 않으랴", 문학 작가였던 나탈리 클리포드 바니(Natalie Clifford-Barney)의 이 매력적인 문장은 파브리스 이베르도 썼음직하다.


이번 《Life goes on》 전시로 파브리스 이베르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D. H. 로렌스, 체사레 파베세 이후로 진정 좋은 모든 예술 작품은 건강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예술 작품은 생명이 살아 숨쉬는 유기적 구조물이기 때문이다. 그게 식물이든 돌이든 어떤 형태의 생명이든.

작가 소개
1961년 프랑스 방데 지역 뤼송에서 태어난 파브리스 이베르는 예술가이자 과학자, 시인, 사업가로 활동 중이다. 수학, 생물학, 물리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이를 작품에 적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숲을 가꾼 목양업자였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아무것도 없는 농경지에 수백 종의 씨앗을 파종하기도 했던 파브리스 이베르는 캔버스에 생각을 그리는 것이 땅에 씨앗을 뿌리면 나무가 성장해 숲을 이루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예술 활동을 생명체의 유기적 형태에 은유한 것. 그는 자유롭고 활기차며 섬세한 감성이 깃든 작업을 선보이며, 최근 2023년 루이비통 재단, 2022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에서의 개인전을 성황리에 마쳤다.

 

1987년 이스탄불 비엔날레·1997년 베니스비엔날레 등에 참여했으며, 특히 프랑스관 참여 작가로서 베니스 비엔날레 최연소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1995년 광주 비엔날레, 2014년 부산 비엔날레에 참여하기도 했다. 2025년 봄에는 중국·프랑스 수교 60주년을 맞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 공동으로 상하이 현대 미술관(Powerstation of Art)에서의 대규모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를 맞아 중국 도자기의 중심 징데전(Jingdezhen) 지역 도예가와의 협업으로 상하이 지하철역에 영구 설치할 도자 벽화 2점을 선보일 예정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은 프랑스 퐁피두 센터(Pompidou Center), 프랑스 보르도 현대미술관(CAPC Musée d'art Contemporain de Bordeaux), 프랑스 매그 파운데이션(Fondation Maeght), 벨기에 S.M.A.K(StedelijkMuseum voor Actuele Kunst), 벨기에 앤트워프 현대미술관(M HKA), 룩셈부르크현대미술관(MdM),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oCA), 일본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21st Century Museum of Contemporary Art, Kanazawa) 등에 소장되어 있다. 그는 2018년 프랑스예술아카데미(Académie des Beaux-Arts) 회원으로 선출되었으며, 2021년 프랑스 국립임업위원회 홍보대사로 임명되어 헌신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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